7월에는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운에는 카카오 70.9% 다크초콜릿이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기록해두었습니다. 몇 달 뒤, 여운의 초콜릿은 66%가 되었습니다.
숫자가 내려간 것은 기준을 낮췄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시 여러 초콜릿을 한자리에서 비교해보니,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이 카카오 함량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후추와 만났을 때의 맛의 흐름이었습니다.
숫자가 비슷해도 맛은 달랐습니다
여운의 다크초콜릿 후보를 네 가지로 좁혀 비교했습니다.
칼리바우트 70.9%, 발로나 과나하 70%, 발로나 트로필리아 누아 53%, 발로나 까라이브 66%. 초기 샘플에 사용했던 칼리바우트 70.9%를 포함해 네 종류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니, 카카오 함량만으로는 후추와 만났을 때의 맛을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시식에서 칼리바우트 70.9%는 여전히 균형 잡힌 맛이었습니다. 과나하 70%는 쓴맛과 카카오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졌고, 블랙페퍼의 알싸함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인상도 강렬해졌습니다. 트로필리아 누아 53%는 단맛이 후추의 자극을 부드럽게 눌러주었습니다.
발로나 까라이브 66%에서는 로스팅한 견과류와 말린 과일, 나무와 향신료를 떠올리게 하는 풍미가 블랙페퍼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초콜릿이 후추를 덮지 않았고, 후추 때문에 초콜릿이 사라지지도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여운은 70.9%가 아니라 66%가 되었습니다.
여운취도 다시 골랐습니다
여운취의 화이트초콜릿도 다시 비교했습니다.
카카오바리 제피르 34%, 발로나 이보아르 35%, 칼리바우트 W2 28%. 같은 화이트페퍼를 사용해도 초콜릿의 단맛과 우유·바닐라 풍미에 따라 향과 열감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제피르는 세 후보 중 단맛이 비교적 덜하고 크리미하게 느껴졌으며, 화이트페퍼의 향이 분명하게 남았습니다. 이보아르는 우유와 바닐라 풍미가 후추의 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향과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W2는 더 달콤했고, 후추의 자극도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화이트초콜릿만으로 가장 맛있는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화이트초콜릿의 부드러움 속에서도 마다가스카르 화이트페퍼와 위스키의 향이 가려지지 않는 것. 그 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쪽을 골랐습니다.
여운취는 제피르 34%로 정했습니다.
새로운 후추가 들어왔습니다
초콜릿을 정하고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추가 달라졌습니다. 초기 샘플에 사용한 것은 2025년산 캄폿 블랙페퍼였습니다. 개발을 계속하는 사이 2026년산이 들어왔고, 새로운 후추는 알이 조금 더 크고 더 매웠습니다. 같은 산지의 같은 블랙페퍼인데도 달랐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후추는 공장에서 같은 크기로 찍어내는 원료가 아니라 농산물이니까요. 해마다 크기가 다르고, 향과 매운 정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제품을 만들면서 직접 만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샘플과 생산도 같지 않았습니다
몇 알을 손으로 만드는 것과 여러 알을 실제 설비에서 함께 만드는 것도 달랐습니다. 후추 한 알에 초콜릿을 입힙니다. 조금 입히고 크기를 봅니다. 다시 입히고 또 봅니다.
초콜릿을 많이 입히면 알은 커지고 초콜릿 맛이 후추를 덮습니다. 반대로 크기를 줄이려고 초콜릿을 덜 입히면 후추가 너무 강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후추 자체의 크기도 모두 같지 않습니다. 같은 통 안에도 작은 알과 큰 알이 있고,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도 완성된 초콜릿의 크기와 비율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가 정해야 했던 것은 몇 mm라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한 알의 크기와 초콜릿·후추의 균형을 함께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첫 생산을 마치고 다음 생산을 이야기했습니다
여운과 여운취의 첫 생산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생산이 끝난 자리에서 바로 다음 생산 이야기를 했습니다. 초콜릿을 입히는 정도를 조금 다시 조정해보기로 했습니다. 샘플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양산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음 생산에서도 또 하나쯤은 새롭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최종 레시피’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처음에는 카카오 함량, 후추 크기, 완성된 초콜릿의 지름, 초콜릿과 후추의 비율을 정확히 정하면 제품도 고정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료가 달라지면 같은 숫자가 같은 맛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지금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여운에서 우리가 바라던 것은 다크초콜릿과 후추 한 알이 각자의 존재를 잃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초콜릿에 가려지지 않은 후추를 깨물 때, 그 열감이 천천히 남기를 바랐습니다.
여운취에서는 화이트초콜릿의 부드러움 속에서도 위스키의 향, 후추의 강렬함이 드러나기를 바랐습니다. 무엇이 먼저 느껴지고 오래 남을지는 먹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숫자는 앞으로 또 바뀔 수 있습니다. 내년의 후추가 올해와 다르다면 비율도 다시 조정할 것입니다.
일단 2026년의 여운과 여운취는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