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에서 안쪽으로
루메가 속한 회사는 K뷰티의 흐름 안에서 수천 건의 광고 현장을 봐왔다.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무엇을 어떻게 변하게 할지를 고민하는 일에 익숙했다.
제품 개발을 이야기하면서도 첫 후보는 화장품이었다. 여러 사건과 변수가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조금씩 안쪽으로 이동했다. 일은 그대로인데 컨디션이 먼저 바닥나는 날들. 힘이 없는 건 아닌데, 끝까지 밀어붙일 에너지가 없는 순간들. 우리는 ‘안쪽의 상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우리 팀은 몸에 관한 것들을 조사했다. 영양, 운동, 수면, 호르몬, 혈당. 읽을수록 이상했다. 시장에는 에너지를 말하는 제품이 넘쳐나는데, 정작 사람을 ‘오래’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은 순간적인 각성이었다. 카페인으로 깨우거나 당으로 끌어올리는 방식.
우리가 원한 건 그런 폭발력이 아니었다. 바쁘게 사는 사람이 부담 없이, 꾸준히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 배부르지 않고 몸에 무리도 없으면서, 반복 가능한 형태.
식이섬유라는 이상한 영양소
그래서 방향을 다시 틀었다. 채우는 것보다 먼저 비우는 게 중요하다는 쪽으로. 몸이 무거운 날은 무언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정체되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순환되지 않고, 밀려 있고, 쌓여 있는 상태.
식이섬유는 이상한 영양소다. 대부분의 영양소와 달리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시켜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을 만들어낸다.[1] 스스로 에너지가 되기보다, 다른 것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장 속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다.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도 이어진다. King’s College London의 식이영양학 교수 케빈 웰런(Kevin Whelan)은 식이섬유가 장내 환경을 바꾸고, 그 변화가 기분과 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2]
혈당 곡선에도 조용히 관여한다. 점성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된다.[3]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지만, 결국 하루 전체의 리듬에 관여한다.
제품으로 만든다는 것
그렇다면 이 생각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을까. 식물성 원물을 기반으로, 맛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는 형태. 몸에 좋은 것은 많지만, 맛이 없으면 결국 손이 가지 않는다.
달콤한 것이 생각나는 날, 간식은 먹고 싶지만 죄책감은 덜고 싶은 날. 참아내기보다, 식물성 원물을 기분 좋게 한 조각으로 두고 싶었다. 우리가 그리는 자리는 거기다. 좋은 재료를 쓰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도 안다. 그 지점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는 기반
보이지 않는 기반은 늘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앞에 드러나는 결과보다, 그 결과가 계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용한 것들이 먼저 움직인다. 몸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에너지 이전에, 그 에너지가 반복될 수 있는 상태가 있다.
채우기 전에 비울 것. 쌓기 전에 순환시킬 것. 잠깐의 폭발력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