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 여운취를 시식하셨다면, 짧은 감상을 남겨주세요 | LUME OBJET coming soon

왜 초콜릿이어야 했을까

죄책감의 음식을 다시 읽는 법

몸에 좋은 것과 맛있는 것은 자주 반대편에 놓인다. 루메는 그 사이에서 한 가지 형태를 골랐다. 왜 하필 초콜릿이었을까. 답은 네 가지였다 — 맛, 그릇, 시간, 그리고 쓴맛과 그 부재.

맛있어야 반복된다

몸에 좋은 것은 세상에 많다. 문제는 대부분 맛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분도, 맛이 없으면 결국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손이 가지 않으면 반복되지 않는다.

루메가 오래 붙잡고 있는 생각은 단순하다. 반복되어야 리듬이 된다. 그러려면 참는 음식이 아니라,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어야 한다. 초콜릿은 그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억지로 챙기는 것이 아니라, 손이 먼저 가는 형태. 우리는 좋은 원물을 참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식으로 전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감싸는 그릇

초콜릿이 무언가를 감쌌다. 스물한 가지 식물성 원물을, 후추 한 알을 그 안에 담았다. 삼키기 바쁜 알약도, 흩어지는 가루도 아닌, 한 입 안에 재료를 모아 쥐는 그릇이다.

이 그릇을 만드는 것은 카카오버터다. 카카오 원두에서 짜낸 지방으로, 상온에서는 단단하게 형태를 유지하다가 입안에서 풀린다. 감싼다는 것은 숨기는 일이 아니다. 초콜릿이 먼저 입에 닿고, 안에 있던 것이 그다음에 드러난다. 재료를 한 알의 형태로 쥐게 해주는 것 — 그것이 우리가 초콜릿에서 본 첫 번째 쓸모였다.

시간을 가진 음식

초콜릿에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카카오버터의 성질에서 나온다. 초콜릿은 대략 30–32℃에서 물러지기 시작하고, 카카오버터는 약 34℃(93℉)부터 녹는다. 모두 사람의 체온(약 37℃)보다 낮다. 그래서 초콜릿은 입에 넣으면 씹어 부수지 않아도 체온만으로 천천히 녹는다.[1]

녹는 동안 첫맛과 끝맛이 순서대로 온다. 쌉쌀함이 먼저 오고, 후추를 깨물면 열감이 뒤따른다. 사탕처럼 단숨에 사라지지도, 젤리처럼 한 맛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이 ‘순서’가 중요했다. 리추얼은 결국 시간의 경험이다. 한 조각이 입에서 녹는 그 짧은 동안, 하루의 속도가 잠깐 늦춰진다.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건 빨리 삼키는 간식이 아니라, 잠깐 머무는 한 조각이었다.

쓴맛과 그 부재 — 초콜릿의 두 얼굴

초콜릿이라고 다 같은 초콜릿은 아니다. 루메는 두 제품에서 정반대 성질의 초콜릿을 골랐고, 그것은 취향이 아니라 역할의 문제였다.

다크초콜릿의 쓴맛과 깊이는 카카오 고형분에서 온다.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고형분이 많아지고 쓴맛이 진해진다. 여운의 다크초콜릿은 그 쓴맛으로 후추와 대화한다. 단맛만 있는 초콜릿에서는 그 안의 원물이 재미있는 첨가물처럼 묻히지만, 카카오의 쌉쌀함은 그것들과 마주 서서 서로를 가리지 않고 순서대로 자기 자리를 지킨다. 여기서 쓴맛은 장식이 아니라 기준이 된다.

여운취는 반대 방향이었다. 여기에 쓴맛이 끼어들면, 정작 드러내고 싶은 위스키 향과 화이트페퍼의 맛이 가려진다. 그래서 화이트초콜릿을 선택했다. 화이트초콜릿에는 쓴맛을 내는 카카오 고형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 FDA의 기준상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버터(최소 20%)와 우유 고형분, 설탕으로 이루어지며, 카카오 고형분을 포함하지 않는다.[2] 쓴맛이 없으니 자기 맛을 앞세우지 않고, 뒤로 물러나 위스키에 침용한 화이트페퍼의 향과 맛을 앞으로 내보낸다.

그래서 두 초콜릿은 같은 그릇이면서 정반대의 일을 한다. 다크는 쓴맛으로 재료를 마주 세우고, 화이트는 쓴맛을 비워 재료를 앞세운다. 루메가 초콜릿을 고른 것은 단맛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역할을 나눠 쓸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다시 읽은 한 조각

흔히 초콜릿은 죄책감의 음식이라고 불린다. 맛있지만, 먹고 나면 조금 미안해지는 것. 루메는 그 초콜릿을 다시 읽고 싶었다. 맛있어서 반복되고, 무언가를 감싸고, 시간을 가지고, 어떤 자리에서는 쓴맛으로 깊어지고 어떤 자리에서는 쓴맛을 비워 재료를 살리는 형태로.

왜 초콜릿이어야 했을까. 좋은 것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전하기에, 이보다 어울리는 그릇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고한 자료

  1. [1] Library of Congress, Everyday Mysteries — “Why does chocolate melt in your hand?” 초콜릿은 86–90℉(약 30–32℃)에서, 카카오버터는 약 93℉(34℃)에서 녹기 시작하며, 이는 사람 체온(98.6℉/37℃)보다 낮다. loc.gov
  2. [2]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Standard of Identity for White Chocolate (21 CFR 163.124) —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버터(최소 20%), 우유 고형분(최소 14%), 유지방(최소 3.5%), 감미료(최대 55%)로 구성되며 카카오 고형분을 포함하지 않는다. fda.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