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 여운취를 시식하셨다면, 짧은 감상을 남겨주세요 | LUME OBJET coming soon

다들 천장을 보았다

현장에서 루메오브제의 정체성이 선명해진 하루

“초콜릿이에요?” “어…… 어어어……?” 시식대에서 하루 종일 반복된 장면. 사람들은 자꾸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들 천장을 보았다

행사장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여운과 여운취를 한 알씩 건넸다. “통후추가 들어있는 다크초콜릿이에요.”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대체로 초콜릿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익숙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후추를 깨무는 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어……” 잠시 뒤, “어어어……?” 그리고 사람들은 하늘을 보았다. 정확히는 코엑스 천장이었다. 입안에서 시작된 것인지, 목에서 올라오는 것인지, 몸 안쪽으로 번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감각의 위치를 찾는 것처럼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이게 뭐죠?” “익숙한데 낯설어요.”
초콜릿도 후추도 익숙한데, 두 가지가 예상하지 못한 순서로 나타나니 처음 겪는 감각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같은 한 알, 다른 얼굴

반응에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각 사람은 모두 달랐다. 어떤 사람은 눈이 먼저 커졌고, 어떤 사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떤 사람은 느끼는 순간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초콜릿이 달래주다가 갑자기 후추가 두들겨 패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콜릿 뒤에서 올라오는 후추의 감각을 혼자 따라갔다.

같은 한 알을 먹었는데도 감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말이 나오는 속도, 눈동자의 방향, 입을 다물고 있는 시간까지. 처음에는 제품에 대한 평가를 듣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 자체를 보고 있었다.

“저는 매운 것을 못 먹어요”

원래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며 망설이던 분이 있었다. 그래도 먹어보겠다고 한 알을 입에 넣은 뒤, 처음에는 역시 맵다고 했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나자 표정이 달라졌다. “…… 어쩌면 저, 매운맛을 좋아하는 거였네요.”

혀를 빠르게 찌르는 매움이 있고, 조금 늦게 목을 지나 몸 안쪽에서 열감으로 남는 감각도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흔히 ‘맵다’는 하나의 단어로 묶는다. 그분은 새로운 취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취향이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자신도 몰랐던 결을 발견한 것 같았다.

초콜릿은 운반체가 아니라 감독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몸에 좋은 재료를 코어에 두고, 초콜릿은 그것을 맛있게 반복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초콜릿은 단순히 후추를 감싸는 맛있는 운반체가 아니었다. 감각이 나타나는 순서를 만드는 매개체였다.

다크초콜릿은 블랙페퍼의 여운을 천천히 오게 하고 오래가게 했다. 화이트초콜릿은 달콤하게 시작하지만 뒤에 오는 위스키페퍼의 등장을 더 빠르게 했다. 초콜릿은 코어가 가장 좋은 순간에 등장하도록 관장하는 감독이었다. 이제 우리가 더 고민할 것은 그 경계를 얼마나 선명하게, 혹은 부드럽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확신 없이 써온 단어들

루메오브제의 웹사이트에는 그동안 여러 단어가 등장했다. 사람. 몸. 감각. 관찰. 반복. 리듬. 리추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우리조차 그 단어들을 완전히 확신하며 쓴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과정이며, 무엇이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인지 선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시작보다 결과를 먼저 설명하고 있었다.

시작 — 오브제가 감각을 깨운다.
관찰 — 깨어난 감각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발견 — 취향과 몸의 상태, 기분과 기억처럼 각자 다른 것이 나타난다.
반복 — 그 감각을 다시 만나고 싶을 때 작은 반복이 생긴다.
리듬 — 반복이 삶의 흐름에 자리를 잡는다.
리추얼 — 그 반복에 개인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반복을 만들 필요는 없다. 루메가 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반복과 리듬을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에 작은 시작을 건네는 것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단어들이 코엑스에서 비로소 순서를 갖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깨우다가, 우리를 깨운 날

‘감각을 깨운다’는 것은 모두를 강하게 놀라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착하게 하는 일도 아니었다. 오브제를 통해 무심히 지나가던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하고, 그 감각을 만난 사람에게서 각자의 반응이 드러나게 하는 것. 무엇이 드러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루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감각에 작은 빛을 켜고, 각자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장면을 만드는 것이다. 그 하루의 끝에서, 루메의 정체성은 ‘감각을 깨우는 오브제’로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