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이 깨어나는 공간이 열립니다 · 2026년 늦가을 논현동 | 오픈 소식 받기

방을 하나 열기로 했다

감각의 방이 벽과 배관을 만나기까지

루메오브제는 2026년 11월, 서울 논현동에 첫 오프라인 공간을 연다. 시작은 사람들이 오브제를 입에 넣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본 이틀이었고, 지금은 벽과 바닥을 걷어내는 중이다. 감각을 이야기하던 자리가 단열과 누수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바뀌는 동안의 기록을 남겨둔다.

코엑스에서 생긴 생각

7월 24일과 25일, 우리는 코엑스에서 여운과 여운취를 한 알씩 건넸다. 그 며칠 동안 눈에 남은 것은 판매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한 알을 깨문 뒤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같은 것을 먹었는데도 저마다 다른 곳을 가리켰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바와 다이닝에서도 입점 제안이 왔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제안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먹는 순간을 옆에서 본 경험이었다. 그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겠다.

그전까지 논현동 건물은 지하를 스튜디오로 쓸까 정도만 생각하던 곳이었다. 코엑스를 지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끼리 쓰는 공간이 아니게 됐다

그래서 지하만이 아니라 1층까지, 루메오브제의 공간으로 열기로 했다. 통상적인 쇼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오브제를 진열해두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곳이었으면 했다. 제주에서 공간과 물건을 만들어온 오데옹 정세희는 이곳에 감각의 방(Room of Sense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 우리끼리만 쓰는 곳이 아니게 됐다. 들여다보고, 먹고, 맡고, 만지고, 발견하고, 머무는 곳.

건물은 그대로인데 해야 할 일이 달라졌다.

8월 6일, 모두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8월 6일, 논현동에 다 같이 모였다.

우리와, 오데옹 정세희, 그리고 건축사와 시공팀.

그동안은 서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주로 이야기했다면, 이날 테이블 위에는 기획안과 도면과 공사 일정이 올라왔다.

감각의 방(Room of Senses)과 열쇠구멍(Keyhole). 닫힌 문 너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였다.

우리가 말로 이야기해온 것들이 공간의 형태로 옮겨지고 있었다.

오래된 것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이 막 문을 연 곳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주에 오픈했구나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공간.

벽돌을 쌓더라도 모서리가 너무 반듯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하나씩 조금 깨서 올리거나, 필요하면 직접 옆에서 깨더라도 그 세월의 느낌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 디테일이 다 모여야 공간이 완성된다는 것이 작은 부분까지 개입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간이 평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한눈에 다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빠르게 답을 내리기보다 한 곳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고, 이번에 그 한 곳은 벽돌 모서리였다.

현장에는 정확한 수치가 필요했다

곧 시공팀과 건축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어디를 얼마나 철거할지. 가운데를 얼마나 틀지. 기둥을 어디에 세울지. 사람이 다니는 동선은 충분한지. 문은 벽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낼지. 벽돌을 붙이면 마감재 두께만큼 실제 면적도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것들을 미리 계획하고 3D로 만들어 둔 뒤에야 그 기본 위에서 조금씩 변주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정과 마감, 자재와 인력을 정확히 구성해두지 않으면 결국 더 긴 시간과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머릿속에서는 벽 하나를 옮기면 된다. 그런데 현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기획서가 이야기하는 것은 빛과 질감과 동선이었고, 시공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실제로 만들기 위한 구조와 설비와 레이아웃이었다.

감각을 이야기하다가 몇 분 뒤에는 단열과 누수를 이야기하고, 빛을 이야기하다가 배관 위치를 확인한다. 그리고 공사 기간에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주차 공간과 폐기물 처리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단 털어야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꽤 단순했다.

철거.

지금 있는 것을 걷어내야 실제 공간이 보이고, 그래야 정확한 구조와 동선을 다시 잡을 수 있다. 처음 우리의 계획은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철거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장을 다시 자세히 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살릴 것을 억지로 남기며 공사하는 것보다, 철거할 수 있는 것은 걷어내고 빈 상태에서 다시 구성하는 편이 시공도 단순하고 비용도 줄어든다고 했다.

공간에 대한 생각은 꽤 복잡했는데 첫 행동은 단순했다.

일단 털자.

8월 10일, 최종 현장 검수 후 철거가 시작됐다. 벽도 바닥도 걷어내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도면과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 다른 것들이 또 나올 것이다.

벽과 바닥을 걷어내는 중인 논현동 공간
벽과 바닥을 걷어내는 중인 논현동 공간.

방을 만드는 중

처음에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감각의 방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열쇠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주는 텅 빈 공간이 되도록 모두 털어내고 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실제 공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계속 맞춰보고 있다. 건축사와 시공팀도 각자의 자리에서 의견을 보태고 있다.

8월 13일, 철거가 끝난 공간에서 다시 만난다. 다 털어놓고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방은 2026년 11월, 논현동에서 문을 연다. 문을 열었을 때 오늘 걷어낸 자리가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를 바란다. 그날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은 진열대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먼저 만나게 될 것이다.